더 좋은 것을 주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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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두 살이 되도록 해외에 나가 본 적이 없던 나에게 첫 기회가 온 것이 미국에서의 유학이었다. 비행기는 국내 여행 외에는 탑승해본 적이 없었고, 외국의 공항을 경험해 본 적도 없어서 얼마나 많이 긴장하고 떨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추천서를 써 주신 신대원 교수님으로부터 너무나 든든한 제안을 받았다. 미국에 있던 교수님의 딸이 한국에 들어와 있는데, 나의 출국 시기와 비슷하게 가니 가이드로 삼아 함께 가라는 것이었다. 얼마나 그 제안이 든든하고 의지가 되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국적기도 아닌 미국 항공사의 항공편을 예약하고 출국 날짜만 기다리며 안심했다.
출국 당일 안심하며 공항에 나왔을 때,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항공권 발행을 담당한 여행사에서 예약확인을 하지 않아 좌석이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교수님의 딸은 원래 항공편을 통해 먼저 출국했고, 나와 아내는 다음 항공편을 이용해서 미국에 들어가게 되었다.
사람을 의지하며 안심했던 계획은 완전히 틀어졌고, 14시간이 넘게 걸린 비행시간 동안 나는 평생토록 기억에 남는 간절한 기도를 하나님께 드렸다. 나의 가는 길을 인도해 주시고, 낯선 공항에서 길을 잃지 않고 무사히 환승할 수 있도록 도우시길, 그리고 공부를 잘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정말 간절히 기도했다. 그토록 떨리고 두렵던 순간이 없었던 것 같다.
돌아보면 의지했던 사람을 놓치게 된 것이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할 기회가 되었고, 내 삶의 참 주인과 인도자가 누구인지를 다시 확인하고 붙들 수 있는 은혜의 자리가 되었음을 깨닫는다. 우리 삶에 잃는 것들이 있을 때, 거기서 얻게 하시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얻게 하신 것이 내게 더 필요한 것들이었음을 깨닫는다.
‘이와 같이 성령도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시나니 우리도 마땅히 기도할 바를 알지 못하나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느니라.’(롬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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