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배우는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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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과 목회 여정에 멘토가 되어 주신 은사님이 네덜란드 유학 시절에 겪은 아들과의 대화가 큰 감동을 주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은사님의 아들은 초등학교 1학년이었는데, 미국과 네덜란드로 학교를 옮기며 언어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어, 영어, 네덜란드어 모두가 서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언어적 혼란을 겪던 아들은 학교 친구의 장례식을 경험하고, 그 모습을 “엄마, 오늘 내 친구를 땅에 심었어요”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장례식에서 땅에 묻힌 그 친구의 관이 아이의 눈에는 자기 집 앞마당에 심긴 튤립과 같이 보였던 것이다. 어른들은 아이에게 올바른 어법을 가르치기 위해서 그것은 땅에 심은 것이 아니라 ‘묻은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하지만, 아이는 눈에 비친 친구의 장례식 모습은 오히려 부활 신앙으로 죽음을 바라보게 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들의 서툰 어법에서 오히려 부활 신앙을 배웠다는 교수님의 해석이 인상 깊게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내가 집례하는 장례식에서는 그 아들의 관점을 자주 인용해 오고 있다.
아직 언어와 문법이 정확하게 자리 잡지 못한 아이들의 말과 풍부한 상상력의 관찰에서 오히려 배워야 할 믿음, 소망, 사랑을 발견할 때가 많다. 아이들의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 사람, 관계들을 어른의 때 묻고, 왜곡된 생각으로 되려 망치는 때가 많아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어린이 주일을 맞으며 어른들에게 믿음을 가르쳐 주는 어린이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존재인지를 새삼 깨닫는다. 인구절벽시대를 맞아 점차 줄어들고 있는 어린이들과 교회학교의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예수님께서 천국이 이런 어린이들의 것이라 하신 말씀을 기억하며 그 모습과 마음을 힘써 배우는 우리 어른들이 되면 좋겠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린 아이들을 용납하고 내게 오는 것을 금하지 말라 천국이 이런 사람의 것이니라 하시고.’ (마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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